빌리 아일리시 BIRDS OF A FEATHER 리뷰: 놓치면 가라앉을 것 같아서

놓치면 가라앉을 것 같아서라는 문구가 담긴 빌리 아일리시 BIRDS OF A FEATHER 리뷰 표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 아래, 사랑을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흐른다.

Billie Eilish — HIT ME HARD AND SOFT 수록곡 ‘BIRDS OF A FEATHER’
앨범: 2024년 5월 17일 발매

함께 있고 싶다는 말 아래에 놓인 두려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말은 언제나 확신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은 상대가 곁에 있다는 안도보다, 그 사람이 사라진 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더 간절해진다. 빌리 아일리시의 ‘BIRDS OF A FEATHER’를 이 방향에서 들여다보면, 사랑의 다정함 아래에 조용히 깔려 있는 불안이 보인다.

이 리뷰에서 떠올리는 ‘가라앉음’은 관계를 잃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무게를 비유한 이미지다. 노래 속 사건을 문자 그대로 설명하는 말은 아니다. 사랑이 누군가의 균형을 지탱하는 것이 되었을 때, 손을 놓는 일은 단순한 헤어짐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HIT ME HARD AND SOFT의 이 곡은 그렇게 다정한 바람과 무너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겹쳐지는 자리에서 읽힌다.

거창한 사건보다 오래 함께하고 싶은 소망이 중심에 놓인다는 두 번째 카드

사랑이 시작되기보다, 계속되기를 바라는 노래

이 노래의 감정적 중심을 하나의 바람으로 정리한다면, 지금의 사랑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처음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보다, 이미 중요해진 사람과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소망에 가깝다.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에는 가능성을 상상하지만, 관계가 소중해진 뒤에는 그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 함께하자는 말이 되풀이될수록 확신만 커지는 것은 아니다. 한 번 말한다고 보장되지 않는 것을 다시 말해 보는 마음도 함께 느껴진다. 오래 곁에 있고 싶다는 소망이 거듭 돌아오는 이유는 그 소망이 단순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 걸려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말은 쉽게 요약되지만 그 말을 놓지 못하는 마음은 좀처럼 가벼워지지 않는다.

사랑을 잃으면 함께 가라앉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생존의 비유를 담은 세 번째 카드

사랑이 물 위에 머물게 하는 힘이 될 때

이 읽기 속에서 두려운 것은 한 사람이 그리워지는 일만이 아니다. 그 사람을 잃고 나면 자신을 둘러싼 다른 것들까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사랑이 일상의 무게를 견디게 해 주었다면, 그 부재는 단순히 옆자리가 비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몸을 기대고 있던 지지대가 사라지는 일처럼 다가올 수 있다.

사랑을 마지막 공기에 비유하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아서 선택한 감정이 어느새 버티기 위해 필요한 감정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것을 모든 관계가 따라야 할 이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노래 속 마음의 안쪽에서 그 필요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BIRDS OF A FEATHER’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을 때 드러나는 취약함을 생각하게 한다.

사랑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기에 함께하자는 말을 반복한다는 네 번째 카드

확실해서가 아니라, 사라질 수 있어서 더 붙잡는다

단단히 붙잡은 손이 언제나 단단한 믿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힘이 더 들어갈 때가 있다. 이 노래에 담긴 지속의 바람도 그렇게 읽을 수 있다. 영원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머물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영원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연결을 더 오래 붙들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을 떠올리면 곡의 끝에서 커지는 목소리도 또 다른 무게를 얻는다. 빌리 아일리시는 Apple Music의 앨범 해설에서 이 곡의 마지막 부분이 당시 자신이 시도한 가장 높은 벨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리뷰의 관점에서 그 고조는 작게 품고 있던 소망이 더 이상 안에만 머무르지 못하는 순간처럼 들린다. 목소리가 커진다고 불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밖으로 드러난다.

사랑을 설명하기보다 사랑에 기대어 있는 사람의 상태를 남기는 마지막 카드

노래가 끝난 뒤에는 사랑에 기대어 있는 사람이 남는다

노래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보장만은 아니다. 이 사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사람의 모습이 남는다. 그 인정은 미래를 안전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약속 아래에 숨어 있던 마음을 더 잘 보이게 한다. 함께하자는 말 속에 다정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들어 있었다는 사실도 그때 더 또렷해진다.

이 관점에서 ‘BIRDS OF A FEATHER’는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보다 사랑에 몸을 기대고 있는 한 사람을 남기는 노래다.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이면서, 가라앉을 것 같은 순간 붙잡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노래의 여운은 그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데서 생기지 않는다. 붙잡고 있으면서도 두려울 수 있다는 것, 사랑하면서도 여전히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 데서 생긴다.

Colour Blue Magazine

앨범 정보와 아티스트 해설: Billie Eilish — HIT ME HARD AND SOFT, Appl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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