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오션 Blonde 리뷰: 사랑을 의심한 채 남겨둔 기록

사랑을 의심한 채 남겨둔 기록이라는 문구가 담긴 프랭크 오션 Blonde 리뷰 표지

확신보다 질문이 먼저 도착하는 사랑, 그리고 끝내 정리되지 않는 감정에 관하여.

Frank Ocean — Blonde
2016년 8월 20일 발매

사랑은 시작됐지만, 믿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믿는 일은 같은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분명 가까워졌고, 함께한 순간도 소중한데, 그것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프랭크 오션의 Blonde를 이 간격에서 바라보면 앨범에 남아 있는 망설임이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사랑이 없어서 비어 있는 마음이 아니라, 사랑이 생겼기 때문에 더 많은 질문을 떠안은 마음에 가깝다.

이 리뷰가 따라가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나 끝을 명확하게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감정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에 온전히 기대지 못하는 상태다. 따뜻한 기억에는 잃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붙어 있고, 친밀한 순간에도 혼자만의 판단이 끼어든다. Blonde는 그렇게 사랑을 경험하는 시간과 사랑을 확신하는 시간 사이에 머무는 기록처럼 읽힌다.

믿음보다 의심이 먼저 생긴 마음을 통해 Blonde의 태도를 설명하는 두 번째 카드

확신하지 못하는 시간이 앨범의 태도가 된다

사랑을 믿기 전에 의심하는 법부터 배운 사람에게는 고백도 쉽게 완성되지 않는다. 지금의 마음이 달라지면 어떡할지, 상대는 같은 장면을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것은 아닌지, 더 솔직해지는 순간 관계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말을 아끼는 이유는 감정이 작아서가 아니다. 말로 꺼냈을 때 감당해야 할 무게를 먼저 알아버렸기 때문일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Blonde를 읽으면 결론을 미루는 태도 자체가 하나의 표현이 된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 말의 이후를 확인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감정이 분명해지는 장면보다 확신할 수 없어 제자리에 서 있는 시간이 오래 남는다. 그 머뭇거림 속에는 하지 못한 말과 고쳐 쓴 기억, 약속이 되기 직전에 삼켜진 문장이 함께 놓여 있다.

사랑이 얼마나 지속될지와 두 사람의 감정이 같은 깊이인지 묻는 세 번째 카드

좋아하는 마음 옆에는 언제나 질문이 놓인다

사랑을 느낄 때 하나의 감정만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반가움 옆에는 불안이, 설렘 옆에는 비교가 생긴다. 이 마음은 얼마나 오래갈까. 우리는 같은 정도로 서로를 필요로 할까. 혹시 나만 관계를 더 먼 곳까지 상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질문이 많아질수록 상대의 짧은 답장이나 잠깐의 침묵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중요한 것은 감정의 불균형이 실제로 확인되기 전에도 마음이 이미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나만 더 깊이 들어왔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하다. Blonde에 남아 있는 고독은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분명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 관계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는 일은 혼자 해야 한다. 가까이 있는 두 사람 사이에도 각자가 견뎌야 할 거리는 남는다.

감정을 누리기 전에 확인하고 스스로 속도를 늦추는 사랑을 설명하는 네 번째 카드

달콤해지려는 순간, 마음은 스스로 속도를 늦춘다

의심은 사랑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만 사랑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얻는 순간마다 작은 제동을 건다. 기쁜 일을 충분히 기뻐하기 전에 그 의미를 점검하고, 더 가까워지기 전에 물러설 자리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을 누리면서도 내일의 실망에 대비하는 것이다. 마음이 달콤해질수록 그 달콤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진다.

이런 조심스러움은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현재를 조금씩 덜 살게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상처를 줄이려고 붙잡은 거리가 친밀함까지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Blonde의 망설임은 차가움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다가가고 싶은 마음과 다가간 뒤의 자신을 걱정하는 마음이 함께 느껴진다. 감정은 분명 자라고 있는데, 그 감정을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속도를 늦춘다.

끝내 확신에 이르지 못한 사랑과 미완의 여운을 정리하는 Blonde 마지막 카드

끝나지 않은 감정이 오래 남는 이유

이 관점에서 Blonde의 사랑은 마지막까지 확실한 답에 도착하지 않는다. 충분히 좋아했으니 모든 의심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의심이 남았으니 사랑이 없었던 것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애정과 불안은 서로를 지우지 못한 채 나란히 남는다. 우리가 앨범을 떠올릴 때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은 깔끔한 결론보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그 상태다.

감정이 미완으로 남는다고 해서 작품까지 미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끝맺기 어려운 마음을 억지로 정리하지 않는 태도가 이 읽기 속에서 앨범을 하나로 묶는다. 의심이 사랑을 지켜준 것인지, 충분히 사랑할 기회를 빼앗은 것인지 쉽게 판정하지 않는다. 사랑은 있었고, 분명 중요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믿고 받아들여야 했는지는 끝내 답하지 못했다. 그 조용한 미결이 Blonde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Colour Blue Magazine

앨범 정보: Frank Ocean — Blonde, Apple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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